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일에 대하여 찬비 "“햇빛에 비치면 먼지도 빛난다. 그대, 아름다운 시선을 유지하라.” 괴테의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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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객원 에디터 에디입니다.
제가 관심 가는 사람을 만나면 꼭 먼저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혹시 브랜드 뭐 좋아해?’ 이 질문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도 예외 없이 물어보게 되더라고요. 저와 같은 브랜드를 좋아하면 동질감을 느끼기도 하고, 몰랐던 브랜드를 들으면 그게 어떤 브랜드인지 찾아보기도 하고요. 한 사람의 취향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다양하고 새로운 것들을 많이 나눌 수 있는 대화는 언제나 즐겁더라고요.
최근에는 애인과 함께 서촌에 다녀왔는데요, 사랑하는 사람이 소개하는 새로운 브랜드를 많이 알게 되니 새로이 그 사람의 세계에 들어간 기분이 들었습니다. 좋아하는 것들이 쌓여 취향이 되듯 여러 겹의 이미지와 감각이 모여 브랜드를 이룬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어떤 것을 고르는지만 보아도 그 사람의 시선을 통해 다른 세계를 보는 기분이 듭니다. 이렇게 브랜드에 진심인 제가 브랜드 내러티브라는 직업을 고른 것도 우연은 아닐 것 같아요. 오늘은 제가 사랑해 마지 않는 브랜드 내러티브라는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할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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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브랜드(소비) 중독자의 연대기 2. 좋아하는 게 직업이 되면 어떨까 3. 브랜드 내러티브의 아카이브 엿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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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으로 브랜드에 집착하게 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끝에는 포터가 있습니다. 물론 트럭은 아니고요. 일본의 요시다 포터라고 하는 가방 브랜드인데요, 요시다 기치조라는 사람이 1935년 도쿄에서 시작한 브랜드로 아직까지 장인이 한땀 한땀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죠. 포터라는 이름은 호텔에서 가방을 나르는 사람에게서 착안한 네이밍이에요. 항상 많은 가방을 접하는 직업이다 보니 좋은 가방을 지니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하네요. 발상이 너무 귀엽죠?
제가 포터에 푹 빠지게 된 계기는 우연히 창립 스토리를 읽게 되면서부터인데요, 창립자인 요시다 기치조는 12세에 도쿄로 상경해 가방 공방에서 일하게 됩니다. 17세 때는 간토 대지진을 겪으며 물건을 옮기는 가방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고 해요. 이렇게 가방의 본질을 중요시하는 원칙이 반영된 포터의 슬로건은 ‘일침입혼’입니다. 한 땀 한 땀에 혼을 담는다는 뜻으로 장인정신을 나타내는 문구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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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포터는 일본의 공방들과 파트너십을 통해 가방을 제작합니다. 구시대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포터는 자신의 슬로건을 과정 자체로 증명하고 있는 셈이죠. 그래서 포터의 로고에는 아예 큼지막하게 ‘Made in Japan’이라는 글귀가 씌여져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포터 가방을 보면 장인 정신이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꼼꼼한 박음질을 매만져 보면서 감탄하기도 하고요. 저는 사용할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브랜드가 정말 멋있는 브랜드라고 생각하는데요, 포터가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 인 것 같아요. 저의 손때가 묻을 수록 더 멋지게 보이니 말입니다.
한창 포터에 빠져있던 저는 인턴 시절 돈을 모아서 처음으로 탱커 시리즈를 샀습니다. 반질한 천에 탄탄한 박음질까지 처음 포터 가방을 손에 넣은 순간 세상을 다 얻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기쁨도 잠시 생각보다 저와 그 가방은 어울리지 않더군요. 그래서 얼마 후 그 가방을 번개장터에 판매해 버렸는데요, 그 후로도 비슷한 모델을 몇 번 사다가 지금은 저와 어울리는 아이템에 정착해 잘 사용하고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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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매일 사용하고 있는 포터의 지갑 ©에디터 본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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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놀라운 점은 그 당시와 지금 포터의 기본 라인의 디자인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에요. 유행에 따라서 그때그때 마다 새로운 디자인을 출시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철학을 반복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제품만 제작하는 거죠. 제가 처음으로 사랑한 브랜드를 통해서 얻은 좋은 브랜드의 키워드는 바로 ‘반복’입니다. 어떤 것을 선택하여 그것을 축적할 것인지 판단하는 게 바로 브랜드의 기본이 되는 것 같아요. 최근에 교보문고에서 ⟪라이프니스⟫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요, 그 책에도 이런 문구가 나오더라고요.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선택하지 않는지.
어떤 태도로 일하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브랜드는 반복되는 선택으로 만들어집니다.
- ⟪라이프니스⟫, 임태수 지음
이런 판단을 잘하고 있는 브랜드가 무인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인양품의 컬래버 제품들 보신 적 있으신가요? 무인양품이 잘 알려진 브랜드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생각이 드셨을 것 같아요. ‘무인양품에도 컬래버 제품이 나왔던가?’ 하고요. 그 이유는 무인양품이 협업 제품에도 로고를 과감히 배제하기 때문이에요. 특히 큰 인기를 끌었던 무인양품 코트 스니커는 리복 재팬과 함께 협업한 모델인데요, 아무런 로고 없이 그저 간결한 실루엣만 남긴 디자인이 인상적입니다.
저는 이런 제품을 보면 정말 과감한 판단력에 놀라곤 한답니다. 사실상 브랜드라는 것을 하다보면 ‘로고를 넣는 게 더 잘 팔리지 않을까?’라는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거든요. 그리고 많은 이해관계자들도 설득해야 하고요. 이렇게 무인양품다운 아이템을 만들 수 있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저를 대입해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브랜드를 잘 살펴보는 이유는 저도 이렇게 좋은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잘 만든 브랜드를 보면 존경심이 들면서도 살짝 질투가 나는 것 같네요. 저는 얼마 전 카피라이터라는 일에서 발판을 넓혀 브랜드 내러티브로 일하고 있는데요, 글과 브랜드 모두 제가 좋아하는 일이라 살짝 양념을 보태면 정말 뿌듯하게 일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다음으로는 브랜드 내러티브는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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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브랜드 내러티브라는 말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직무라 생소하신 분들이 더 많으실 것 같은데요, 이미 해외에서는 꽤 자리를 잡았더라고요. 잘 알려진 브랜드의 예시를 들자면 나이키가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나이키는 ‘Brand Creative Narrative’라는 직무를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습니다. 나이키의 잡 포스팅은 브랜드 내러티브라는 역할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어요.
브랜드 크리에이티브는 스토리텔링의 기술입니다. 우리는 스토리텔러입니다. 우리는 나이키의 심장과 영혼을 대변하는 목소리입니다. 브랜드 생태계 전반에 의미있고 강력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일이죠. 선수들에게 영감을 주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우리의 역할입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느끼고 또 그것을 하기 위해 돕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 careers.nike.com
나이키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핵심을 브랜드 내러티브라고 보는 셈이죠. 나이키의 직무 공고를 조금 더 초월 번역하면 브랜드 내러티브는 브랜드라는 세계를 만들어 내는 일인 것 같습니다. 자세히 보면 나이키의 포스팅에는 스토리와 내러티브라는 두가지 단어가 함께 등장하는데요, 엄밀하게 말하면 두 단어는 살짝 다른 뜻을 가지고 있어요. 스토리는 하나의 사건을 말한다면, 브랜드 내러티브는 스토리가 겹겹이 축적된 것을 의미합니다. 제가 앞서 말했던 브랜드의 세계를 만드는 일과도 밀접하게 연관이 있는 셈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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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의 근간이 된 크리에이티브 원칙 © 핀터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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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면 브랜드 내러티브는 단순히 스토리만 짜는 일이 아니라 꼭 그 브랜드여야만 하는 맥락과 흐름을 부여하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순서로 경험하게 할지’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느끼게 할지’를 함께 고민하는 게 브랜드 내러티브인 셈이죠.
위에서도 말씀드렸듯 저는 최근 카피라이터라는 직무에서 브랜드 내러티브라는 직무로 확장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보면, 카피라이터로 일할 때는 전체 맥락을 보며 가장 적확한 해결책을 텍스트로 제시하는 일을 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브랜드 내러티브로 제가 제시하는 카피의 맥락까지 설계하는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하면 카피를 제안하는 것에 기획을 더해 이 카피가 어떻게 보여질지까지 정리해서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직무적으로 따지면 기획과 크리에이티브로 나뉘어 있는 두 축의 뒷부분을 위주로 하다가 앞부분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장되었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브랜드 덕후로서는 소비자에서 창작자가 되어가는 느낌을 받아요. 전에 동경했던 브랜드들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우리 브랜드에는 어떤 것을 적용할지 고민해 보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어떤 사람들이 우리 브랜드를 선택할지 생각을 확장해 보는 것도 새로운 관점인 것 같아요.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에서 더 사람들의 일상에 만져지는 일을 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매일 일을 하면 할수록 이런 의문이 들더라고요. 왜 우리는 이야기에 끌릴까 하고요. 저는 ‘왜?’라는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하면 잘 집중이 안 되는 병이 있거든요. 이런 질문을 하던 도중 얼마 전 영화 포스터 디자인으로 잘 알려진 있는 박시영 디자이너님이 공유한 책 중 하나를 보게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왜 이야기에 끌리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어요. 이 책과 함께 제가 요즘 아카이브에 넣어둔 브랜드들을 소개할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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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추천도서 목록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 박시영 디자이너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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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은 바로 조너선 갓셜의 ⟪스토리텔링 애니멀⟫입니다. 이 책에서 갓셜은 인간을 이야기하는 동물이라고 말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인간이 단순하게 재미로만 이야기를 필요로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우리가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자체가 이야기와 깊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게 갓셜의 주장입니다. 갓셜은 책에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죠.
모든 사람의 뇌에는 작은 셜록 홈스가 들어 있다. 그의 임무는 지금 관찰되는 것을 ‘역추리’해서 특정한 결과로 귀결된 원인의 질서 정연한 연쇄를 밝히는 것이다. 진화가 우리 속에 홈스를 넣어 둔 까닭은 세상이 실제로 이야기(음모, 책략, 제휴, 인과 관계)로 가득하며 이를 탐지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야기하는 마음은 중대한 진화적 적응이다. 그 덕에 우리는 삶을 일관되고 질서 정연하고 의미 있게 경험한다. 삶이 지독하고 소란스러운 혼란에 머물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 ⟪스토리텔링 애니멀⟫, 조나단 갓셜 지음
생각해 보면 우리는 정말 많은 것을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소설이나 영화처럼 처음부터 이야기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콘텐츠는 물론이고, 스포츠 경기의 승패부터 다른 사람의 연애 이야기, 심지어 내가 어제 겪었던 일까지도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형태로 기억하죠. 누군가에게 오늘 하루를 설명할 때도 ‘오전에 출근했다’라는 사실만 나열하기 보다는 사건의 앞뒤를 연결해 이야기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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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셜이 주목하는 이론 중 하나는 이야기가 현실을 미리 경험하게 해준다는 점인데요, 이야기가 일종의 시뮬레이터처럼 작용한다는 것이죠. 비행기 조종사가 실제 사고를 겪지 않고도 시뮬레이터를 통해 위기 상황을 연습하듯, 우리는 이야기 속에서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상황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죠. 누군가와 갈등하는 법, 위험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어떤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같은 것들을 이야기 속에서 미리 만나보는 셈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히 상황을 아는 것과 상황을 경험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친구와 오해가 생겼을 때는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문장을 읽는다고 생각해 볼까요? 이것만으로는 그 상황이 얼마나 복잡한지 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영화 속 주인공이 친구와 다투고, 서로의 말을 오해하고, 결국 관계가 멀어지는 과정을 지켜본다면 우리는 그 상황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의 감정을 따라가면서 내가 실제로 겪어보지 않은 상황을 머릿속에서 한 번 경험해 보는 것이죠.
어떤 브랜드는 이렇게 전달하고픈 메시지를 머릿속에서 경험하도록 합니다. 아래엔 이런 이야기의 힘을 잘 활용하는 브랜드들을 몇 개 가져와 보았는데요, 활동을 보면 업무에서도 물론이거니와 셀프 브랜딩할 때도 참고하게 되더라고요. 어떤 브랜드인지 같이 살펴보시죠.
예티
혹시 예티(YETI)라는 브랜드 들어보셨나요? 예티는 아이스박스로 잘 알려진 캠핑 브랜드인데요, 저는 예티라는 브랜드를 우연히 알게 되었어요. 한 작가님이 강연 때마다 예티 텀블러를 들고 다녀서 그 텀블러를 인상 깊게 보고 있었죠. 그러다 어느 캠핑 용품점에서 아이스 박스를 보고 ‘아, 이게 예티구나.’라고 생각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예티는 사실 남다른 브랜드 내러티브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예티의 콘텐츠를 보고 있으면 다채로운 직업군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낚시꾼, 로데오 선수, 목장주, 탐험가, 서퍼 등이 그 예시죠. 이들은 살아가는 모습도 지역도 모두 다르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위해 남들보다 불편한 곳으로 향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이죠.
예티의 콘텐츠 속에서 이들은 상징적인 아이스박스를 들고 바다로, 오지로 나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합니다. 이 순간에 제품에 특별한 의미가 부여됩니다. 얼음을 오래 보관하는 아이스박스에서 자신이 원하는 곳까지 가는 사람을 위한 도구가 되는 것이죠. 예티가 파는 것은 단순한 아이스박스가 아니라 그 아이스박스가 가능하게 하는 삶에 더 가깝습니다. 예티의 앰배서더들이 사용하는 예티의 물건을 보고 있자면 저도 괜히 아이스박스가 구매하고 싶어지곤 합니다. 캠핑을 잘 다니지 않는데도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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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와
예티가 앰배서더를 통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면 리모와는 제품 자체를 하나의 이야기로 만듭니다. 리모와의 캐리어는 잘 알려진 것처럼 특유의 매끄러운 알루미늄 표면을 자랑하는데요, 처음 구매했을 때는 반짝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흠집과 흔적이 남게 되죠. 어쩌면 제품의 단점일 수도 있는 이 특징을 리모와는 하나의 낭만으로 치환해 버립니다. 오히려 새것같이 반짝이는 리모와보다 작은 찌그러짐이나 스크래치 그리고 스티커가 잔뜩 붙여져 있는 게 더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되었죠. 저도 공항에서 잔뜩 스크래치가 있는 리모와 캐리어를 보면 갖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고요.
새 리모와 캐리어가 ‘어디든 갈 수 있는 여행 가방’이라면 오래 사용한 캐리어는 ‘나와 여행을 함께한 가방’이 됩니다. 제품의 기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 제품을 둘러싼 맥락이 달라진 것이죠. 예티가 제품에서 사람과 삶으로 확장해 이야기했다면 리모와는 제품에서 시간과 기억으로 안을 향해 이야기를 축적합니다. 예티가 각자 삶의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한 도구로 포지셔닝 한다면 리모와에게는 제품이 곧 이야기가 쌓이는 기록물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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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녹 마지막으로 소개할 브랜드는 희녹이라는 브랜드입니다. 제주도의 편백수와 편백 오일로 만든 탈취 정화수나 핸드밤으로 잘 알려져있죠. 저는 이 브랜드가 스스로를 정의하는 방식이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희녹의 브랜드 정의는 ‘나와 당신 그리고 자연을 위한 라이프 에티켓 브랜드’인데요, ‘라이프 에티켓’이 희녹이 가지고 있는 제품군을 정확하게 꿰뚫으면서도 브랜드만을 위한 단어를 만들어 냈다는 게 인상 깊었어요.
뷰티 및 향 전문 브랜드라고 묘사하는 게 흔한 단어의 선택인 것 같은데요, 희녹은 여기에 나와 당신, 자연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이 시대에 갖추어야 할 새로운 ‘에티켓’을 제안한다는 내러티브를 가져왔습니다. 일반적인 탈취 브랜드가 아니라 이 브랜드 스토리를 통해 희녹만을 위한 장르가 새롭게 태어난 셈이죠. ‘에티켓’이라는 하나의 새로운 단어를 끌어오니 뷰티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는 건 덤이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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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브랜드에 둘러싸인 삶을 삽니다. 새삼 다시 살펴보면 모든 게 브랜드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요. 어떤 분들은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무슨 브랜드에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라고 말이죠. 하지만 좋아한다는 것의 의미는 남들이 신경 쓰지 않는 걸 과할 정도로 생각한다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한 사람의 삶을 이루는 요소에 물질적인 것을 뗄 수 없으니 물건 하나를 고르더라도 내게 중요한 게 무엇인지 찾는 게 옳지 않은가 하고요. 문득 여러분의 세계는 어떤 브랜드의 내러티브로 이루어져있는지 궁금해 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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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 오늘 주제가 최근의 저에게 너무 필요한 주제라서 좋았어요. 일을 사랑하고 싶은데, 직무를 뺑뺑이로 배치받았고, 워커홀릭이고 '이걸 왜 못하지?' 마인드인 상사 밑에서 매일 10to9는 기본으로 일하다 보니 택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걸 보니 이직해야겠단 생각이 더 들었습니다. ^^ 5월까진 이 일을 사랑하는 것도 나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해보려 했지만, 환경적으로 안 되는 것 같아요. 이직할 때 제 마음가짐으로 써먹을 글로 삼겠습니다 ㅎ 감사합니다
👤향단 | 지금 저에게 너무 필요한 레터였어요. 최근에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회의감도 들고, 일상의 멘탈까지 흔들리고 있었거든요. '업무 시간은 짭생(...)이고 퇴근 후의 삶만이 진짜다'라며 취미로도 버텨보고 있었는데, 일과 삶을 무 자르듯 나누는 것도 답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던 요즘이었습니다... 다시 하나씩 고치면서 방향을 잡아가야겠습니다.
👤제에리 | 한우물클럽은 각 에디터님들의 관심사, 고민, 개인적인 생각들을 더 많이 볼 수 있는 것 같아서 좋아요. 그래서 좀 더 가깝게 느껴지고, 내 이야기 같고, 공감되고, 나도 해볼까 싶고, 앞으로도 계속 해서 써주세요! 에디님, 한우물레터에서 핸드크림으로 한번 가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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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 | 소중한 피드백을 받아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우리 모두가 일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결국 그 모두를 거슬러 올라가면 ‘잘하고 싶은 마음’이 남더라고요. 어쩌면 그 마음만으로도 모든 게 충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모두의 고민을 그리고 모두의 다음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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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에디>의 코멘트
요즘 제가 푹 빠진 노래입니다. 한국어 가사 번역을 보고 한번 더 반하게 되었어요. 여러분에게도 살포시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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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터가 마음에 드셨다면 더 좋은 퀄리티와 꾸준한 활동을 위해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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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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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오리진 • 요니 • 장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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