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찬비 "추석과 10월 초의 연휴가 지나가면 어느 새 연말을 바라보고 있겠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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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찬비입니다.
매월 '일의일기' 시리즈로 한우물클럽에서 일의 이야기를 발행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에디터의 이야기가 아니라 커리어 선배와의 인터뷰를 담아보고자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AI 부문 스페셜리스트로 근무하고 계신 서지영 님과의 인터뷰입니다. IT업계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개발자에서 DBA로, 그리고 Data & AI 부문 스페셜리스트로, 기술의 발전에 따라 커리어를 계속 전환해오신 분의 이야기가 궁금했어요. 이미 20년 넘은 선배는 요즘 직장인들의 불안을 어떻게 해소하고 계실까 하고요.
낮에는 회사에서 근무하시면서 기술서도 꾸준히 내오셨는데요, 이번에는 모든 것이 변하는 듯 느껴지는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것과 우리가 바라봐야 하는 관점을 담은 책 ⟪AI, 변하는 것 변하지 않는 것 결국 남는 것⟫이 출간된다고 해요. AI의 전문가가 바라보는 현재의 AI와 우리가 대응해야 하는 방향은 어떻게 다를까요?
*오늘 레터는 더퀘스트 출판사와 함께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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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년차 직장인도 커리어 고민을 합니다 2. AI 시대,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들
3. AI, 이렇게 써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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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비(이하 찬): 안녕하세요! 간단히 작가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서지영(이하 서): 안녕하세요, 서지영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Data & AI 스페셜리스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기술영업이라고 보시면됩니다. 커리어는 개발자로 시작해 DBA를 거쳤고, 데이터베이스에서 빅데이터로, 다시 클라우드로, 지금은 AI로 옮겨왔어요. 돌아보면 한 기술을 20년 한 게 아니라 20년 동안 계속 갈아탄 셈입니다.
찬: 기술 영업을 잘 모르는 구독자도 있을 것 같아 간단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클라이언트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도입하도록 도와주는 컨설턴트 같은 역할일까요?
서: 컨설턴트와 비슷해 보일 수 있겠지만 성격이 좀 다릅니다. 컨설턴트는 보통 고객이 비용을 내고 결과물을 받는 관계라면, 기술 영업은 도입을 결정하기 전 단계에 개입하게 됩니다. 주로 제품에 대한 가치를 전달하면서 이 제품을 도입하면 기업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어떻게 도입하면 좋을지와 관련된 이야기를 전달하는 역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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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를 두 번 전환하고, 또 다루는 기술을 여러 번 바꾸면서 서지영 작가는 IT 업계의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가치 있는 일을 해왔습니다. 개발자에서 DBA로 직무 전환을 결심한 건 데이터베이스(DB) 관련된 업무를 많이 해보고 더 적성에 잘 맞는다고 느꼈을 때였습니다. 아무래도 실무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이직보다는 회사 안에서 전환을 시도했습니다. 그렇게 기획안을 올리고 적극적으로 어필한 결과, 검토와 승인에만 8개월이 걸렸지만 DB 관련한 업무를 모두 다 맡아서 하면서 관리자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쌓이면서 위기감이 생겼습니다. 롤이 한정적이다보니 언제든 교체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업무에 새로운 점이 없었다보니 좀 루즈해졌다고도 해요. 그래서 새로 할 수 있으면서도 오래 할 수 있을 AI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석사를 지원하고, 혼자서 기초부터 쌓을 수 있는 공부를 해내고, 글로벌 대기업에 지원한 끝에 현재의 커리어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AI 공부를 시작했을 때 20년차 직장인이었다는 게 놀랍고 멋지더라고요. 그렇게 새로운 커리어에 도달한 지금, 작가님은 어떤 고민을 가지고 계실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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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작가님의 커리어에 대한 질문을 먼저 드려보고 싶어요. IT 업계에 20년 넘게 계시면서 계속해서 직무나 다루는 기술을 바꿔오셨잖아요. 은퇴 시점이 점점 앞당겨지면서 40대에 접어든 선배들은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작가님도 비슷한 고민이 있으신지, 이 문제를 어떤 식으로 바라보고 계신지 궁금해요.
서: 저도 당연히 같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특히, 요즘은 은퇴 시기가 50대 초반으로 앞당겨지면서, 나는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저는 IT업계에서 계속해서 기술을 다뤄왔기 때문에 커리어에 대한 고민은 제가 다루는 기술과 직결되었는데,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기술을 얼마나 쓸 수 있을까'에서 '지금 익힌 걸 얼마나 잘 내려놓을 수 있을까'로요.
데이터베이스에서 빅데이터로 제가 다루는 기술을 변경할 때 가장 방해가 되었던 것은 모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잘 아는 것이었습니다. 익숙한 방식이 자꾸 답을 먼저 내놓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새로 배우는 능력만큼 탈학습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는 아무리 붙잡아도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이지만, '지금 내가 붙잡고 있는 것 중에 이미 유효하지 않은 게 뭘까'는 오늘 당장 답할 수 있는 질문이거든요.
찬: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을 답할 수 있는 질문으로 바꿔서 생각하는 것. 내 고민에서 통제할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을 나누고 있는 만큼 대응하는 것과도 비슷한 결로 느껴져요. 그렇다면 요즘엔 어떤 것을 고민하고 계신가요?
서: 요즘 자주 하는 고민은 '기술을 아는 사람'에서 '방향을 정하는 사람'으로 넘어가는 구간에 관한 것입니다. 기술은 계속 바뀌니까 배우면 되는데,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 정하는 일은 배워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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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회사를 다니면서 꾸준히 책도 써오신 것도 놀라웠어요. 기존에는 ⟪모두의 인공지능 기초 수학⟫, ⟪딥러닝텐서플로교과서⟫와 같은 기술서를 내셨다면, 이번에는 기술이 우리의 삶, 그리고 삶에 미치는 영향을 담았더라고요. 이 주제로 책을 쓰시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서: 기술서를 쓸 때는 늘 '어떻게 쓰는가'를 다뤄왔어요. 그런데 몇 해 전부터 현장에서 받는 질문이 달라졌어요. "이거 어떻게 씁니까"가 아니라 "이걸 써도 됩니까", "그럼 저는 뭘 하면 됩니까"로요.
이전 기술들은 질문이 단순했어요. 데이터베이스를 바꾸든 클라우드로 옮기든 '이게 더 빠릅니까, 더 쌉니까'와 같은 질문이 많았고, 잘못 되더라도 시스템 안에서 문제가 끝나곤 했습니다. AI는 이 점에서 다릅니다. 결과가 매번 같지도 않고, 틀릴 수도 있고, 그 틀린 결과를 근거로 사람이 판단을 내리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도입할까요?'에서 질문이 끝나는 게 아니라 '도입하고 나서 이게 틀리면 누가 책임집니까'까지 질문이 이어지는 거죠. 이러한 질문은 매뉴얼로는 답할 수 없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건 회의가 끝난 뒤였어요. 공식 미팅에서는 아키텍처와 비용 이야기만 하다가, 배웅해주시면서 조용히 물으시더라고요. "그런데 이거 들어오면 저희 팀 인원은 어떻게 되나요?" 정식 안건으로 올리진 못하지만 모두가 궁금해하는 질문이었죠. 그런 장면이 몇 번 반복되면서 이건 제안서에 넣을 수 없는 질문이니 책으로 쓸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일상도 물론 바뀌어있었죠. 아침에 눈을 떠서 처음 보는 화면, 회의 전에 받아 드는 요약, 저녁에 고르는 메뉴까지 누군가 미리 정리해준 것을 받고 있더라고요. 그 변화가 어디까지 왔는지, 그리고 어디까지 넘겨도 되는지를 한번 정리해두고 싶었습니다.
찬: 책은 사고, 일, 생활, 자아, 관계, 권력으로 크게 여섯 가지 구조로 나뉘어 있는데, 일상에서부터 관계, 그리고 사회로 넓어지는 관점으로 보여요. 이 중에선 어떤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서: 맞아요. 아침에 무엇을 볼지(사고), 하루를 어떻게 살지(생활), 낮에 어떻게 일할지(일), 그렇게 쌓인 데이터가 나를 어떻게 규정하는지(자아), 사람과 어떻게 연결되는지(관계),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누가 설계하는지(권력) 순서로, 확장하는 구조를 의도했어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하나만 꼽으라면 첫 번째 '사고'입니다. 나머지 다섯은 결국 판단의 문제로 되돌아오거든요. 무엇을 믿고 무엇을 의심할지 정하는 힘이 남아 있으면 나머지는 도구를 쓰는 문제가 되지만, 그게 무너지면 나머지도 같이 무너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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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과거에 비해서 '전문성'의 의미가 많이 달라졌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제 전문가에게 요구되는 핵심 역량은 정보를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제시된 정보의 맥락을 읽고 책임 있게 해석하며, 판단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 있다." AI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고, 이에 대한 책임은 사람이 져야 한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있을 것 같아요.
서: 맞아요. 위험한 건 결과가 완전히 틀렸을 때가 아니라 반쯤 맞을 때예요. 책에도 썼는데, 어떤 마케팅 팀장이 챗GPT에게 시장 동향을 물었더니 수치도 출처도 다 포함된 깔끔한 답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확인해보니 그 보고서가 존재하지 않았어요. 완전히 엉터리였다면 금방 알아차렸을 텐데, 형식이 완벽해서 그대로 믿었던 겁니다. 제가 쓰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전부 검증하려 들면 못 하니까 검증할 항목을 미리 정해둬요. 숫자, 사람 이름, 출처. 이 셋은 무조건 원문을 열어봅니다. 그리고 AI에게 "이거 틀렸어?"라고 말하는 대신 "이 숫자 어디서 나온 거야?"라고 묻습니다. 대개 그 질문 하나로 정리되더라고요.
찬: 최근에 어거스트에서도 단순히 AI를 잘 쓰는 것을 넘어서 AI가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된다는 내용을 담은 레터를 발행했었는데요. 책에서 작가님은 'AI는 훌륭한 도구'이고, 핵심은 "인간이 개입해야 하는 '역할의 전환점'을 어떻게 설계하느냐"라며 공존의 설계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고요. AI가 정말 훌륭한 도구가 맞을까요? 종국에는 나를 대체하게 되는 건 아닐까요?
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도구'라는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망치는 제가 들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AI는 제가 부르지 않아도 오늘 볼 뉴스와 회의 안건을 이미 정해놓습니다. 그건 도구라기보다 환경에 가깝죠. 그래서 저는 "AI가 나를 대체할까"보다 "내 일에서 판단이 일어나는 지점이 어디인가"를 먼저 봅니다. 직업이 통째로 사라지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고, 대신 업무 단위로 잘게 쪼개져서 그중 일부가 넘어가요. 문제는 넘어가는 쪽이 대개 신입이 실력을 쌓던 반복 업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개인의 불안이 사실은 구조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다만 개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건 분명해요. 내가 하는 일 중에서 "왜 이렇게 했는지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을 늘리는 것. 설명할 수 있는 일은 쉽게 넘어가지 않습니다.
찬: 가장 마지막 챕터에는 창의성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어요. 예전에는 많은 창작자들이 무엇을 만들까를 고민했다면 이제는 AI가 만든 것을 기반으로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고요. 저는 이것이 어쩌면 주객전도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멈칫했던 것 같은데요, 시대의 흐름이라 어쩔 수 없다고 보시는지, 어떤 부분에서 출발점이 이동하는 것이 신경 쓰이셨는지 궁금합니다.
서: AI는 학습한 분포의 중심으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어서, 놀라워 보이는 결과도 대개 익숙한 것들의 조합이에요. 창의성을 '새로움'과 '가치'로 나눠보면, 조합적인 새로움은 AI가 사람보다 훨씬 많이 그리고 빨리 만들어냅니다. 제가 적었던 건 AI가 먼저 답을 내놓게 되면서 우리가 '무엇을 만들까'가 아니라 'AI가 만든 것 중 무엇을 고칠까'에서 출발하게 된다는 점이요. 창의성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출발점이 이동하는 겁니다.
저는 두 가지 포인트에서 신경이 쓰였어요. 하나는 선택지가 좁아지는 게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AI가 다섯 개 안을 내놓고 그중 하나를 고르면 우리는 분명히 선택을 한 겁니다. 그런데 그 다섯 개를 누가 무슨 기준으로 골랐는지는 화면에 나오지 않아요. 여섯 번째 안은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되죠. 무언가를 빼앗기는 게 아니라 있었는지도 모르게 되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안목만 있으면 된다'는 말이 걸렸습니다. 안목이 어디서 오는지 생각해보면 결국 직접 만들어보고 실패해본 시간에서 오거든요. 고르기만 해본 사람에게는 고르는 능력이 늘지, 안목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출발점이 옮겨가는 것 자체보다, 옮겨간 뒤에 안목을 기를 자리가 남아 있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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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발전하는 AI에 대해 전문성을 유지하려면 꾸준히 공부하는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책도 계속 출판하고 계신다는 점에서 시간 관리가 중요할 것 같아요. 평소에 어떻게 시간을 내어 공부하시는지, 글은 언제 쓰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서: 저는 배우는 시간과 쓰는 시간을 분리해둡니다. 배우는 건 어차피 일하면서 계속 하게 되니까 따로 시간을 잡지 않고, 대신 그날 새로 안 것을 짧게라도 적어둡니다. 보통 평일 오후에는 오늘 무엇을 몰랐고 어떻게 알게 됐는지 서너 줄 정도로 짧게 써두어요. 글은 평일 밤이나 주말에, 새로 배우는 게 아니라 쌓아둔 메모만 놓고 씁니다.
배우는 시간과 쓰는 시간을 굳이 나누는 이유가 있어요. 둘을 같이 하려고 하면 자료를 더 찾다가 한 줄도 못 쓰고 끝나거든요. 그래서 쓰는 시간에는 새 자료를 열지 않기로 정해두었습니다. 책 한 권을 쓰겠다고 마음먹고 앉으면 부담스러워서 못 쓰지만, 오늘 한 문단만 남기자고 생각하면 그건 됩니다. 그게 1년쯤 쌓이면 책이 되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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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배우는 시간과 쓰는 시간을 분리한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는데, 새로 안 것을 그때그때 정리해서 기록하는 것, 그리고 쓸 때는 새 자료를 열지 않는 것은 유용한 팁이네요! 저도 한 번 시도해보고 싶어요.
다만, 요즘에는 기술을 배운다는 것의 가치도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AI가 코드도 짜주고 쿼리도 대신 써주니 AI를 잘 쓰면 되지, 그 밑에 깔린 기반 지식까지 공부를 해야 하느냐는 질문도 있고요. 20년간 기술을 갈아타오신 입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서: 공부는 여전히 필요한데 목적이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만들기 위해 배웠다면 지금은 판단하기 위해 배우는 거예요. 그래서 예전만큼 깊이 들어갈 필요는 없지만, 대신 어디가 위험한 자리인지는 알아야 합니다.
제가 자주 드는 예가 쿼리입니다. AI가 짜준 쿼리는 대개 잘 돌아가요. 문제는 데이터가 백 건일 때는 완벽하게 돌아가던 쿼리가 백만 건이 되면 서비스를 멈춰 세우기도 한다는 겁니다. 그게 왜 위험한지는 인덱스가 어떻게 동작하는지 아는 사람만 알아봅니다.
책에도 쓴 이야기인데, 1983년에 리샌 베인브리지라는 학자가 〈자동화의 역설〉이라는 논문을 썼어요. 자동화가 잘될수록 사람이 개입해야 하는 순간은 더 드물게 오고, 그래서 막상 그 순간이 왔을 때 사람은 더 서툴러진다는 겁니다. AI가 잘할수록 사람이 개입해야 하는 지점은 줄어드는 대신 더 어려워져요. 그 어려운 순간을 감당하려면 기반 지식이 필요합니다. 전부 다 알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고, 지도는 갖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에요.
찬: AI가 준 답변이 잘 돌아가지 않는 리스크 포인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중요해지겠네요. 만드는 게 아니라 판단을 위한 공부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고민을 더 해보아야겠어요. AI 전문가로서 작가님은 평소 일상에서 AI를 어떻게 사용하고 계신가요?
서: 회사에서는 회의록과 쌓인 메일을 정리할 때 사용합니다. 못 들어간 회의의 결론만 빠르게 확인하거나, 며칠 밀린 메일에서 답장이 필요한 것만 골라낼 때 사용해요. 긴 문서를 읽을 땐 '어디를 내가 직접 읽어야 하는지'를 좁히기 위해 사용합니다. 스무 쪽짜리 자료를 주고 "판단이 애매한 대목이 어디냐"고 물으면, 그 대목이 대개 제가 봐야 할 곳이더라고요. 위 케이스들의 공통점은 답을 대신 내도록 이용하는 게 아니라, 제가 판단할 지점을 좁혀주기 위해 사용한다는 거예요.
찬: 답을 직접 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판단할 때 시간을 줄여주고 도와주는 도구로 사용하는 거네요. 저는 새로운 AI 서비스를 이야기 해주시려나 싶었는데, 이미 있는 툴을 잘 쓰는 게 더 중요하겠네요(머쓱). 이렇게 인터뷰할 수 있게 된 김에 작가님의 꿀팁들을 더 들어보고 싶은데요, 일상에서 꼭 지키려고 하는 루틴이라든지 원칙 같은 것도 있다면 소개 부탁드려요.
서: 책 첫 장에 기상 직후에는 뇌가 완전히 깨어나기 전이라 눈에 들어오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다고 썼는데, 그걸 쓰면서 저부터 반성했어요. 그래서 요즘은 눈뜨자마자 화면을 켜는 대신 잠깐이라도 오늘 할 일을 머릿속으로 먼저 정리해봅니다. 순서가 바뀌면 하루의 우선순위가 알고리즘 쪽으로 넘어가더라고요.
AI를 쓸 때는 스스로 정해둔 원칙이 세 가지 있습니다. 첫째, 묻기 전에 내 생각을 두세 줄 먼저 적는다. 둘째, 숫자와 사람 이름과 출처는 반드시 원문을 확인한다. 셋째, 최종 문장은 내 손으로 다시 쓴다. 세 번째가 제일 중요한데, 그러지 않으면 글이 매끄러워지는 대신 제 목소리가 사라지거든요.
찬: 작가님과 AI에 대한 이야기를 오래 해보았습니다. 이 인터뷰를 읽고 구독자분들이 딱 하나만 시도해봤으면 좋겠다면, 어떤 것을 시도해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으신가요?
서: "AI의 답을 받은 뒤에, 그 답에 없는 것 하나를 적어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회의 안건 요약을 받았다면 목록에 없는 안건 하나, 보고서 요약을 받았다면 요약이 빼먹었다고 생각되는 문장 하나. 이 작업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는 않습니다. 이 작은 멈춤이 하는 일은 정보를 더 얻는 게 아니라, 내가 지금 무언가를 '선택하고 있다'는 감각을 되돌려주는 겁니다. 책에서 하고 싶었던 말도 결국 그거였어요.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AI가 무언가를 빼앗는 미래가 아니라,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은 채 알고리즘이 정해준 선택을 따르는 일상이라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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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질문을 작가님께 드리면서 느꼈던 건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수년 간 고민해 본 사람만이 제시할 수 있는 방향이 있다는 것이었는데, 특히 AI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선택하는 힘을 AI에 뺏기지 않는 것'이라는 답을 제시하고 계셨거든요. 너무 불안해하지 않고 해볼 수 있는 것들부터 하나씩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다른 하나는 탄탄한 루틴이 가져다 주는 힘입니다. 꾸준히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은 보통 지속적으로 결과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이 있더라고요. 배우는 것과 쓰는 것을 구분한다는 이야기가 큰 영감이 되어서 저도 한번 적용해보기로 했어요.
인터뷰를 읽고 책에 더 관심이 생기셨다면, AI가 우리의 삶, 그리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담은 작가님의 신간 ⟪AI, 변하는 것 변하지 않는 것 결국 남는 것⟫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AI의 시대,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궁금하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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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뿡이 | 읽기에 수월했습니다. Ai속에서 인간이 차지해야 할 위치나 근본적인 문제가 궁금하네요.
👤Crystal | 오늘 레터 잘 읽었습니다. 요즘 저의 고민과도 잘 맞네요... ㅠ 앞으로 뭐 먹고 살아야 할까요
👤마고 | AGI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사실 어떻게 생각해도 인간에게 좋은 결론이 나기 어려운 구조더라고요. 모든 인간의 노동을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날이 온다면.... 과연 사회는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까요. 결국 남은 할 일은 전쟁뿐이라 세계대전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극단적 상상도 해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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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비 | 마침 제가 이 레터를 쓰고 인터뷰를 할 수 있었던 덕에 AI 전문가 분에게 궁금한 것들을 여쭤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충격적인 뉴스가 연이어 등장하는 매일이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해볼 수 있는 것들을 해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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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서지영>의 코멘트
*오늘은 특별하게, 작가님께 콘텐츠 추천을 받아보았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이 하나둘 눈이 멀기 시작하고, 사회가 그들을 격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예요. 오래된 소설인데 요즘 다시 읽으니 전혀 다르게 읽혔습니다. 마지막에 이런 취지의 말이 나오거든요. 우리는 눈이 먼 게 아니라 원래 눈먼 사람들이었다고,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고요. 저는 그 문장에서 한참 바라봤습니다.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것을 보고 있는데, 정작 무엇을 볼지는 화면이 정해주고 있으니까요. AI 이야기를 오래 하다 보면 자꾸 기술 쪽으로만 시선이 가는데, 이건 결이 달라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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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오리진 • 요니 • 장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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