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러버의 덕질 연대기 안녕하세요, 에디터 요니입니다.
모두가 자신의 우물을 여러 개 가지고 계시겠지요. 제가 파고 있는 여러 우물 중 가장 오래되고 제멋대로 생겼고 애틋한 것이 바로 한국 인디음악입니다.
인디음악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독립 음악 또는 인디 음악(Independent Music)은 거대 자본과 상업적 유통 시스템에서 독립하여 뮤지션이 직접 창작 및 제작의 자유를 갖고 만드는 음악으로 정의됩니다. 한국에서는 홍대 인근의 소형 라이브 공연장들을 중심으로 발달해왔죠.
누군가에게는 ‘홍대 음악’이라고 부르는 게 더 익숙할 수도 있는 이 인디음악 씬을 오랜 시간 동안 지켜본 한 사람으로서, 공연을 보고 음악을 들으며 행복해하고, 또 어떨 때는 잠깐 떠나 있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하며 씬의 희노애락을 함께 지나왔습니다. 오늘 레터는 그런 저의 사랑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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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이버러버의 꿈과 희망, 스페이스 공감
2. 나의 두 번째 집이었던 홍대 공연장
3. 밴드 붐은 정말로 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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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랑의 시작을 기억하고 있나요? 전 한국 인디 음악을 좋아하게 된 계기를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때는 2009년 5월, 우연히 네이버 메인에서 EBS 스페이스 공감 ’이달의 헬로루키’(주목할 만한 신인을 발굴해 알리는 스페이스 공감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게시글을 읽게 되었고, TV에 나오는 음악밖에 모르던 제가 ‘이런 음악도 있구나’ 처음 알게 되었죠.
어떤 장르를 좋아하든 지방 출신 리스너들의 학창 시절은 대개 저와 비슷했을 거예요. 인터넷을 통해 덕질을 하며 서울에서 자유로운 문화생활을 즐기는 선배 리스너들을 부러워하고, 대학 진학으로 상경하게 되면 끝장나는 음악 생활을 즐겨보겠고 다짐을 하며 나의 멋진 미래를 상상하는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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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가본 적 없는 홍대 라이브 공연장에 대한 상상을 키워준 것은 바로 EBS의 스페이스 공감이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유튜브도 국내에서 유명해지기 전인 데다, 스마트폰조차 보급되기 전인 2009년엔 인디 음악가들의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창구는 스페이스 공감이 거의 유일했습니다.
EBS 홈페이지에서 VOD 다시 보기로 공연 영상을 몰아보고 마음에 드는 음악가의 음반을 사 모으며 어엿한 인디 팬으로서 사이버 덕질을 했습니다. (스페이스 공감 VOD는 현재도 2004년 영상부터 모두 볼 수 있도록 열려 있습니다.)
그 외에도 Weiv, izm 등 음악 웹진의 기고를 통해서 새로운 장르와 음악가에 대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공연을 직접 보러 가기 어려웠던 상황이었기에, 이곳에 실린 리뷰와 인터뷰는 단순한 읽을거리를 넘어 제가 음악을 이해하고 상상하는 거의 유일한 창구이기도 했습니다. 글을 통해 먼저 음악을 만나고, 음원을 찾아 듣고, 다시 공연 영상을 돌려보며 머릿속으로 무대를 그려보는 식의 시간이 반복되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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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2009년 부산국제록페스티벌 라인업
(우) 선천적 얼간이 에피소드로 등장하기도 했었던 부산락페 (© 가스파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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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혼자만의 사이버 덕질이 잠깐 세상을 만날 일도 있었습니다. 부산국제록페스티벌에 인디씬에서 떠오르는 신인이였던 검정치마가 이틀째 라인업으로 출연 예정이라는 것이었죠. 당시 부산록페가 전면 무료로 개최되고 있었던 덕분에, 돈 없는 학생이었던 저는 다대포 해수욕장에서 생전 처음 페스티벌 무대를 관람했던 소중한 추억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절판되고 없는 검정치마 1집 말판에 조휴일 님의 사인을 받기까지 한, 사이버덕질 시기의 아주 기억에 남는 한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 그 시절 좋아했던 음악가와 음악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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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막 상경한 스무 살, 당시 트위터(현 X)에서 공지 하나를 보게 됩니다. 홍대에 살롱 바다비라는 조그만 라이브 공연장이 있는데, 그곳의 주인장이 뇌 수술을 받고 입원 생활을 하면서 경영이 어려워졌다는 사연이 소개되었습니다. 많은 인디 밴드들에게 의미 있는 공간인 살롱 바다비의 폐관을 막기 위해, 공간 주인의 치료비와 요양비를 모금하는 시리즈 공연 바다비 네버다이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11일간 130여 팀의 공연이 열릴 예정으로, 시리즈 공연을 알리기 위한 자원봉사단을 모집한다는 글이었습니다.
당시 학과 사진 동호회에서 사진 촬영에 재미를 붙여 돈을 모아 DSLR 카메라를 샀던 저는, 돈을 내지 않고 봉사라는 명목으로 공연도 보고 사진 연습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으로 자원봉사단에 지원하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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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현장 사진 촬영 뿐 아니라, 도어 티켓팅, 뒷정리, 정산 등 모든 과정을 함께 하고 난 이후 저는 이곳을 저의 두번째 집처럼 여기게 됩니다. 함께 일했던 스태프들과 가족처럼 지내며 주에 두세번씩 공연장을 들락거리며 공연을 보고, 함께 뒷정리를 하고, 끝나면 소주를 함께 마시곤 했었죠.
소규모 공연장에서 공연을 보기 시작하면서 음악을 알게 되는 루트가 무한하게 확장됩니다. 여러 관문을 거치고, 누군가의 취향으로 큐레이션 된 결과물인 TV 프로그램이나 음악 웹진과는 달리, 소규모 공연장에서는 좀 더 날것에 가깝고 장르도 제멋대로인 음악을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 첫 공연장이었던 살롱 바다비를 시작으로, 여러 공연을 보러 상상마당, FF, 빵, 타, 프리버드, 브이홀, 카페 언플러그드 같은 공연장을 방문하고 저의 음악 세계는 확장하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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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당시 홍대 인근 공연장 지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 IndieNews Bo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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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공연장에 간다는 건 단순히 내가 들은 음악을 실제로 보러 간다는 의미에만 그치지 않고, 음악을 발견하는 플랫폼이자 사람을 연결하는 커뮤니티로 작동했습니다. 정해진 라인업을 보러 갔다가 전혀 몰랐던 팀을 알게 되고, 그 팀을 보기 위해 다시 공연장을 찾게 되는 식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지금처럼 알고리즘이 추천해 주지 않아도, 공연장이 일종의 추천 시스템처럼 작동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한 번 공연을 보러 가고 나면 새로운 팀을 알게 되고, 자주 보러 가는 팀 공연에서 알음알음 익숙한 얼굴들과 인사하면서 사람들과 연결되었습니다.
이때는 최애 밴드라는 개념이 없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를 정해놓고 좋아하고 계속 따라다니며 공연을 보는 것보다는 새로운 팀을 계속해서 발견하고 취향을 넓혀가는 게 가장 재미있었거든요. 정식으로 발매되지 않은, 공 CD에 구워 손으로 트랙 리스트를 쓴 그야말로 인디 그 자체인 음반도 모으고, 공연이 끝나면 아티스트에게 다가가서 그날 공연의 감상을 이야기하며 대화하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였습니다.
그렇게 약 4년간의 공연 생활이 이어지던 중, 저의 첫사랑이자 집이던 살롱 바다비는 건물주 할머니에게 일방적인 퇴거 통보를 받고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공지를 확인하고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릅니다. 그 이후로는 자연스럽게 공연장을 찾는 발걸음이 뜸해졌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바빠졌고, 씬 안팎에서 이어진 성추문 이슈나 신인 밴드의 부재 같은 변화들도 겹치면서 마음이 점점 멀어졌습니다.
한때 제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인디 음악은 그렇게 조금씩 뒤로 밀려났고, 공연을 찾아다니던 시간 대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리스너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의 취미생활 역시 꽤 긴 시간 동안 암흑기를 지나게 됩니다.
🎧 그 시절 좋아했던 음악가와 음악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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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인스타그램에서 밴드붐은온다(@ageofband) 라는 계정을 알게 됐습니다. 국내 페스티벌 공연 후기라든지 해외 밴드 내한 공연 소식 같은 걸 게시하는 계정이었어요. 처음에는 이름이 재밌기도 했지만, 정말 그런 날이 올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팔로워 9만 명이 넘는 대형 계정이 되었죠. 정말로 밴드 붐이 오고 있는 것일까요?
한국 인디를 포함한 공연 기반 씬은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2023년 엔데믹 이후 오히려 이전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고 반등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더 어린 관객들이 유입되고, 다양한 형태의 페스티벌이나 공연 형태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어거스트 레터에서도 페스티벌에 집중해 다룬 적 있었죠. 페스티벌 트렌드 낋여왔습니다) 회사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공연 문화를 즐기는 것이 예전에 비해서 많이 대중화되었다는 것도 체감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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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바다비를 비롯한 많은 공연장이 사라졌지만, 자리를 지키며 공연을 계속 만들어 나가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곳들이 최근 눈에 띕니다. 스트레인지프룻(@strangefruit.seoul)은 작년 20주년을 맞아 두 달간 릴레이 공연을 이어 나갔습니다. 채널1969(@channel1969.seoul)에선 인디 밴드 공연과 DJ 공연을 함께 선보이며 다양한 시도를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명지대 앞 남가좌동의 술집 완숙(@wanandsook)은 북토크나 공연을 큐레이팅하는 공간으로, 또 다른 방식의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소규모 공연장에서 시작했던 실리카겔 같은 팀이 인디 음악이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너무나 메이저가 되기도 한 모습을 보면, 새로운 음악 씬 변화의 사이클이 새롭게 시작하는 시기가 아닌가 싶어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피드, 릴스를 통해서 음악을 접하는 새로운 소비 형태 덕분에 인디 음악, 밴드 음악도 새로운 취미이자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다시 떠오르게 된 것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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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공감의 컴백공연 ©EBS 스페이스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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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변화는 사라질 뻔 했던 과거를 다시 씬과 연결하는 계기들을 만들고 있기도 합니다. 작년 말, EBS가 구글로부터 300억 원 규모의 제작비 지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의 법률 위반을 시정하는 방안으로 EBS에 국내 음악 산업 지원 기금을 출연하도록 한 결과였습니다. 코로나를 비롯한 여러 어려운 시기를 지나며 스페이스 공감은 3년 정도 쉬어가고 있었는데요, 나비효과처럼 구글 공정위 사건을 계기로 스페이스 공감이 다시 투자받고 최근에는 홈커밍 공연도 성공적으로 치뤄냈죠.
제가 지켜본 인디 음악 씬의 한 사이클은 이랬습니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거대한 웨이브를 만들고자 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하고 싶은 음악을 했을 뿐이고, 그 음악이 좋았던 사람들은 반응했습니다. 그 반응이 축적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어느 순간 하나의 큰 흐름이 만들어졌습니다.
20세기의 음악 씬 전성기와 똑같은 모습은 다시 돌아오지 않겠죠. 2010년대에 보았던 페스티벌의 장면 역시 그대로 재현되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세상의 어떤 것도 같은 모양으로 반복되지는 않습니다. 이미 세상은 달라졌고, 그 안에 참여하는 사람들 또한 바뀌기에 씬의 형태가 달라지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시대와 사람의 변화 속에서 결국 또 다른 흐름은 만들어진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새로운 밴드 붐의 파도를 타고 새로운 형태의 씬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하며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제는 제법 완숙(?)해진 제가 또다시 홍대 공연장을 닳도록 드나들 수 있도록 멋진 기류가 생겨나기를 바랍니다.
🎧 최근 좋다고 생각한 음악가와 음악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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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혼자 런던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 리암 갤러거 (당시는 오아시스 재결합 발표 전) 의 모닝글로리 발매 30주년 공연을 마침 갈 수 있게 되었어요. 공연장이 있는 지하철역에 내려 아레나로 걸어가는 길에 정말 많은 가족들이 공연을 함께 보러 왔더라고요. 특히나 제 눈에 띄었던 이들은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3대가 함께 온 가족이었습니다. 3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 문화가 있다는 것이 정말 부러웠습니다.
그 모습을 목격하고 난 이후, 그런 가정의 할머니가 되는 것이 저의 꿈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바쁘고 힘들어 잠깐 좋아하는 것들을 멀리하는 시기가 있을지라도, 그 끈을 놓지 않고 때에 맞는 방식으로 사랑을 이어 나가며 가족과 공유하는 헤리티지를 만들고 싶다는 바램입니다.
다른 장르의 음악이나, 또는 음악이 아니더라도 그런 헤리티지로 보존하고 싶은 대상이 있으신가요? 오늘 제 글을 읽으면서 그 대상을 다시 한번 소중하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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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선 순간들 - 독립 Independent | 2025 DMZ PEACE TRA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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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요니>의 코멘트
독립 음악에 관해 쓰면서 계속 귀에 맴돌았던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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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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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오리진 • 요니 • 장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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